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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늬밤 만들기
매년 가을에 꼭 만들어 두는 것이 있다. 바로 보늬밤이다. 밤이 많이 나오는 때에 잔뜩 만들어 두면 겨울 내내 밤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다소 귀찮은 일이지만 시간을 내서 보늬밤을 만든다.
올해 보늬밤을 만든 과정을 소개한다.
1. 밤 겉껍질 까기
보늬밤을 만드는데 가장 많은 품이 드는 것은 첫 단계, 밤껍질을 까는 일이다. 완전히 껍질을 다 까는 것이 아니라, 겉껍질만 벗기고 속껍질은 남겨 둬야 한다. 속껍질까지 벗겨 버리면 밤의 모양이 유지되지 않고 부서져버리기 때문에 꽤나 중요한 작업이다.
3kg의 밤을 다 깠다. 최대한 속껍질에 흠이 나지 않게 노력했지만 터진 부분이 제법 있었다. 그래도 이정도는 괜찮다. 최대한 밤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조심히 조리하면 된다.
겉껍질을 깐 밤은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하루 담가 두었다. 속껍질의 쓴맛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이다.
2. 삶고 속껍질 정리하기
밤을 베이킹소다에 담가 두면 물 색깔이 붉게 변한다. 그것을 그대로 불에 올려서 30분간 삶았다.
삶기가 끝나면 찬물에 밤을 헹군다. 헹구면서 속껍질을 정리한다. 밤의 속껍질에는 거친 털과 심지가 붙어 있는데, 이것들을 제거해 준다. 거친 털은 손으로 살살 문지르면 때 벗기듯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심지는 이쑤시개 같은 것으로 꼼꼼하게 떼어 낸다.
3. 두 번 더 삶기
표면이 매끈하게 정리된 밤들을 다시 냄비에 모아 물을 붓는다. 30분 삶고 찬물로 씻어내기를 2번 반복한다. 삶고 씻는 것을 반복해 줘야 속껍질의 거친 질감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보늬밤이 된다.
4. 졸이기
지금까지 총 3번, 각 30분씩 삶은 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삶아줄 차례다. 단, 이번에는 시럽을 만들어 졸인다.
시럽은 밤 무게 절반 만큼의 설탕, 간장 2스푼, 소주 1소주잔을 넣어 만든다. 설탕 양은 기호껏 조절하면 되지만, 최소한 밤의 50%는 들어가는 것이 좋다. 간장은 없으면 생략해도 되지만, 넣어주면 감칠맛이 더 나고 맛있어진다. 소주도 마찬가지다. 소주가 없다면 와인이나 위스키, 럼도 좋다. 술이 조금 들어가면 훨씬 고급스러운 풍미가 나게 되니 추천한다.
모든 재료를 넣고 중약불에 끓이면서 서서히 졸여 준다. 시럽이 약간 끈적할 정도의 적당한 농도가 되었을 때 불을 끄고 식힌다.
5. 담기
열탕 소독해 둔 유리병에 완성된 보늬밤을 담는다. 오래 보관하려면 시럽을 넉넉하게 만들어 밤이 완전히 잠기게 넣는다. 그러면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고 밤의 변질을 막을 수 있다.
완성된 보늬밤은 길게는 3개월까지 냉장보관하고 먹을 수 있다. 숙성할수록 달콤한 시럽이 밤에 배어서 맛이 좋아진다. 겨울에 꺼내 먹으면 별미다.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과정이 까다롭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다.